레딧 번역- 기타 단편들

레딧 이상한 이야기 ) 당신은 누구세요 대체

bloodybera 2021. 2. 6. 00:55

레딧 이상한 이야기 ) 당신은 누구세요 대체 

번역 괴담연구소

 

이 이야기는 이상하다기보단 괴상하다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 것이다. 
내가 12살이었던 2004년에 일어난 일이다. 새학기가 시작되는 가을이었지만 날씨는 평소답지않게 더웠고 북유럽의 새까만 밤도 아직 더위를 물리쳐주지 못했다. 
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 커스틴과 밖에서 놀고 있었다. 우리는 아파트 창문 바로 아래 있는 커다란 바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.

나는 우리를 향해 걸어오는 한 남자를 보기 전까진 수다를 떠는것에 빠져있느라 몇 시인지도 알지 못했다. 

그는 꽤 젊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. 
처음에 우리는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지만, 그는 우리쪽으로 다가와서 내 바로 옆에 앉았고, 내 팔을 감싸며 말했다.

"사라!!! 드디어 찾았네!! 어디 있었어 한참을 찾았잖아."

커스틴은 그가 제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는지 막 웃었다. 그러나 나는 이 남자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. 그렇다, 나는 작은 마을에 살았었는데,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내가 거기 사는 모든 사람들을 알 만큼 작지는 않았고, 나는 낯선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 만큼 유명인사도 아니었다. 


사실 이 마을에선 총격전부터 폭발사고에 이르기까지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. 커스틴과 나는 두 명을 토막낸 죄수와 얽힌 적도 있었고, 숲에 사는 이상한 알코올 중독자에게 쫓긴 적도 있었다. 그래서 누군가를 보면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, 저사람은 극도로 위험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.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 그 남자를 보았을때에는 본능이 발동하지 않았다. 나는 그 남자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. 어쩌면 여름 방학 동안 지나치듯 만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,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. 나는 그에게 "오랜만이네, 여름은 잘 보냈어?"라고 말하며, 그가 내 기억을 되살려 줄 것을 기대했다. 그의 표정이 밝아졌고 그는 막 아무렇게나 말을 하기 시작했다. 그가 말하는걸 들어도 나는 도저히 그를 기억해 낼 수 없었다. 그래서 나는 "미안하지만 우린 가야할 시간이야. 시간이 너무 늦었고 내일 등교해야해서." 라고 말했다. 그가 실망할거라는 내 생각과 달리 그는 그저 웃으며 " 아, 그래. 그때 보자."라고 말했다. 

나는 커스틴의 팔을 잡아 끌어 집으로 급하게 들어갔고, 그녀는 여전히 웃으면서 왜 남자친구를 소개시켜 주지 않았냐고 물어보았다. 나는 그녀를 밀치고, 좀 조용히 하라고 한 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그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. 커스틴은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잠자코 이렇게 말했다. "어, 정말 이상하네. 나도 그 남자 한번도 본 적 없어.."

 

다음 날, 야외 지리 수업때 우리는 나침반 같은 것을 사용해야 했다. 수업 시작 10분도 채 안 돼서 우리 반 아이들 중 한 명이 내게 다가와 나를 찾는 남자가 있다고 말했다. 내가 돌아서는 순간, 어제의 그 남자가 반 친구들 사이에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, 그 전날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밀려오듯이 떠올랐다. 반 친구들은 멋진 남자친구를 소개해 달라고 날 놀렸다. 심지어 선생님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남자친구에게 말해놓으라며 농담조로 말했다. 이 시점에서 나는 정말 피곤해져서 그에게 다가가 지금은 수업 중이며 외부인은 학교 운동장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. 그는 저에게 학교 앞에 주차해뒀으니 집까지 태워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.

난 날씨가 좋으니 친구들과 집에 걸어가겠다고 말했는데, 아니나 다를까, 수업이 끝난 후 그는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.

그는 우리보다 앞서 걸으면서 뒤돌아보며 나의 학교생활, 성적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. 그의 질문들은 전혀 이상할것 없는 질문이었다. 그가 하는 말은 대단히 평범했다. 단지 내가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. 

 

그날 저녁 전화가 울렸다. 알 수 없는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였다. 받아보니 익숙한 목소리의 남자가 "집에 잘 도착했어?"라고 말했다. 그에게 누가 내 번호를 알려줬는지 물었다. "아니, 너가 직접 알려줬잖아. 어떻게 그걸 까먹을 수가 있어?"라는 대답이 들려올땐 거의 기절할 뻔했다. 그러고서 우리는 내 학교생활 등 잡다한 얘기를 했다. 
이후로도 이 남자는 매일 나를 불렀고, 학교에 나를 따라왔다. (가끔은 학교 복도에 와서 나를 찾기도 했다.) 그는 하교길마다 나와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. 내가 친구들과 함께 외출했을 때나 내 과외 수업이 언제 끝나는지 등 내 일정을 항상 알고 있었다. 그는 항상, 어디서나, 매일 내 주변에 있었다.
11월의 어느 날, 나는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고, 평소처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무슨일인지 그는 주변에 없었다. 

하루가 지났지만 그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.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,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생각하면서 걱정했다.

나는 그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절대 알아내지 못했다. 이제 16년이 넘었지만 나는 그 남자를 두번 다시 본 적이 없다. 내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 역시 아무도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. 


PS: 나는 내 가족에게 그에 대해 말했지만, 그들은 내게 그를 상대하지 말라고 했고,  그를 무시해야 한다고 말했다.